버튼과 액션은 다릅니다

2부에서 우리는 온톨로지를 객체와 관계로 그렸습니다. 무엇이 있고, 그것들이 어떻게 얽혀 있는가. 그러나 아직 세우지 않은 축이 하나 남아 있습니다. 액션(Action)입니다.

객체와 관계가 ‘무엇이 있고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말한다면, 액션은 ‘그래서 무엇을 하는가’를 말합니다. 보통의 전산 시스템에서 행동은 데이터 바깥에 있습니다. 버튼은 화면 어딘가에 있고, 그 버튼이 하는 일은 프로그램 코드 속에 흩어져 있습니다. 누가 왜 눌렀는지, 그래서 무엇이 바뀌었는지는 어디에도 온전히 남지 않습니다. 행동과 데이터가 따로 노는 것입니다.

온톨로지는 이 행동을 구조 안으로 끌어들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액션은 단순한 기능 버튼이 아닙니다. 누가, 언제, 어떤 이유로 무엇을 했고, 그로 인해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는지가 고스란히 남는 행위입니다. 액션은 실행되는 순간 하나의 기록이 되고, 그 기록에는 반드시 주체가 남습니다.

액션이 답하게 하는 세 가지 질문

액션을 설계한다는 것은, 병원의 모든 일에 대해 다음 세 가지 질문에 언제나 답할 수 있게 만든다는 뜻입니다.

  • 지금 이것은 어떤 상태인가.
  • 이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 그 일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단순해 보이지만, 지금 원장님의 병원에서 이 세 질문에 즉시 답할 수 있는 업무가 몇이나 되는지 떠올려 보시면 이 질문의 무게가 느껴지실 것입니다. 이 세 가지에 답하지 못하는 데이터는 아무리 쌓여도 보고용 숫자에 그치고, 답할 수 있는 데이터만이 운영의 언어가 됩니다. 2부에서 만든 앎의 구조가 3부에서 액션과 만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세계의 최전선이 이른 같은 결론

흥미롭게도, 세계에서 가장 앞선 운영 플랫폼으로 꼽히는 팔란티어 파운드리도 똑같은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들은 “데이터를 설계한다는 말보다 액션을 설계한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고 말합니다. 데이터는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있고, 행동은 책임을 남기기 위해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한 가지를 더 말합니다. 이런 구조는 기술팀이나 외부 컨설턴트가 대신 그려 줄 수 없고, 실제 현장에서 수없이 결정을 내려온 사람만이 그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엔지니어를 고객의 현장에 상주시키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우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안쪽에 있습니다. 우리는 현장에 파견된 회사가 아니라, 병원 운영을 직접 책임지는 현장 그 자체입니다. 8년간 MSO로 병원을 운영하며, 결정을 내리는 사람과 구조를 만드는 사람이 우리 안에서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세계가 이론과 파견으로 도달하려는 자리를, 우리는 매일의 운영으로 살아온 것입니다.

”다들 그렇게 해왔다”가 사라집니다

액션 구조가 병원에 가져오는 가장 큰 변화는, 뜻밖에도 말버릇의 변화입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병원 회의실에서 흔히 오가는 말들이 있습니다. “저는 전달받은 대로 했는데요.” “원래 다들 그렇게 해왔습니다.” “그건 우리 파트 일이 아닙니다.” 이 말들이 나쁜 직원의 말이 아니라는 것을 원장님은 아실 것입니다. 누가 무엇을 했는지가 어디에도 남지 않는 구조에서는, 성실한 직원조차 이렇게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모든 행동에 주체와 시각과 근거가 남는 순간, 이 말들은 설 자리를 잃습니다. 대신 기록이 말합니다. 그날 몇 시에 누가 어떤 상태를 보고 무엇을 실행했는지가 그대로 있으니, 잘잘못을 다투는 데 쓰던 시간이 사라지고, 무엇을 고칠지 논의하는 시간만 남습니다. 우리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책임 공방이 짧아진 것은 직원들의 성품이 좋아져서가 아닙니다. 구조가 공방을 불필요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기록이 병원을 지킵니다

그리고 이 기록은 병원을 지킵니다.

우리 시스템에서 환자가 동의 화면에 확인을 누르는 순간, 그 시각이 그대로 남습니다. 안내가 나간 시각, 환자가 응답한 시각, 상담자가 다음 절차를 진행한 시각이 하나의 흐름으로 보존됩니다. 훗날 누구도 “그런 절차가 없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행동이 곧 기록이고, 기록이 곧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원장님께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병원의 하루하루가 증빙과 함께 쌓인다는 것, 그리고 문제가 생기는 가장 아픈 순간에 병원 편에 서 줄 기록이 이미 준비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지켜지는 것은 병원만이 아닙니다. 직원도 지켜집니다. 절차대로 정확히 일한 직원에게, 그 정확함을 증명해 줄 기록이 있다는 것은 큰 안심입니다. 기록이 없는 병원에서는 성실한 직원이 억울해지기 쉽고, 기록이 있는 병원에서는 성실함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좋은 직원이 오래 남는 병원의 조건 하나가 여기서 만들어집니다.

액션은 기능 버튼이 아니라, 책임을 남기는 선언입니다. 그리고 그 선언들이 쌓여 병원을 지킵니다.